여름의 밤, 점점 짙어가는 어둠과 함께 나에게 한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것은 33년 전 체르노빌 원전에서 일어난 대재앙 후, 폐허가 된 곳에서 살아남은 한 명의 방사능 엔지니어로부터였다. 그는 거기서 경험한 심연의 귀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에게 끊임없이 보내왔다.
체르노빌.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그 이름. 1986년, 소비에트 연방이 운영하는 이 원전에서 발생한 핵 재앙은 세계를 큰 충격으로 떨게 했다. 그리고 여전히 오늘날까지도 그 현장은 생명을 위협하는 방사능의 영향으로 인해 버려진 땅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은… 바로 그곳에서 듣는 귀신의 속삭임이다.
“최근 공사 담당자들이 새벽에 이상한 소리를 계속해서 들어서 이야기하더군요.” 엔지니어인 안드레이는 메시지를 보내오며 말했다.
안드레이의 이야기에 따르면, 폐허가 된 원전 공사장에서는 새벽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어떤 것이나 누군가가 귓속에서 대화하는 것 같은 소리였단다.
그러자 안드레이는 또 다른 기이한 현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전 내부 탐색 중인 드론이 천착하면서 단절된 연결이 복구되고, 그 장면들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시되었다. 그것은 방사능 오염 구역의 접근이 통제된 비밀스러운 지하실 영상이었다.
등장하는 장면마다 정적 소리와 함께 음성 데이터가 들어왔으며,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해보니 모두 러시아어로 “돕…주”라는 문장만 반복됐다.
신비롭게도 그 목소리의 성별, 나이, 감정 등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이윽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속삭임은 점점 더 강해졌고, 방사능 조사단은 결국 그 소리가 들리는 공간을 탈출하려 결정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신호를 받던 모니터에 표시된 드론의 위치가 홀연히 사라진 것이다.
“드론이 사라져버렸어요.” 안드레이의 목소리는 드러내지 않으려던 공포를 숨길 수 없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장소 중 하나로 꼽히는 체르노빌 원전. 그곳에서 보낸 메시지와 목격담, 그리고 진실을 찾아서 저 엔지니어가 겪은 충격적인 경험이야말로 우리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알 수 없는 공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말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일들을 알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곳의 어둠 속에 숨겨진 실체를 살필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일까?
그 동네 주민들은 지금도 체르노빌 원전에서 들려오는 그 신비한 속삭임을 듣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것이 무엇인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체르노빌의 속삭임은 우리에게 계속되는 질문들을 남기고 있다.
과연 그 답은… 언제쯤 찾아낼 수 있을까?